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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밥

당신을 위한 진짜 집밥이 차려진다.


시금치
‘시금치’라니. 차라리 밥이나 술 같은 이름이라면 이렇게 생경하진 않았을 것이다. “친구가 주변 회사에 다녀요. 그런데 먹을 만한 밥집이 없다더라고요.” 사장은 친구의 한마디에 홍대 앞 깊숙한 골목에 시금치를 차렸다. 시금치는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고 힘내듯 이 동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밥심으로 대동단결하여 힘차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시금치의 사장인 정재화는 한정식당 ‘용수산’, 삼청동 ‘루’에서 익힌 가락으로 매일매일 메뉴를 만든다. 떡갈비와 갈비찜은 물론 된장으로 양념한 삼겹살, 간장에 재웠다가 말려 만든 ‘장굴비’에 육원전까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정식의 한계를 넘어선 메뉴를 자유자재로 선보인다. 글라스 와인도 곁들일 수 있다. 070-7697-2020





소격동 37번지
잘만 요리하면 시래기는 게장 못지않은 밥도둑이다. 대신 적당한 간이 생명이다. ‘소격동 37번지’에는 어머니와 딸이 손으로 조물조물 만들어 딱 맛있는 상태로 내놓는 시래기비빔밥이 있다. 어떤 손님은 “건강하게 먹으라고 이렇게 싱겁게 하시나 봐요”라고 했지만 심심한 간은 이 집 사장의 원래 입맛에 맞춘 것이다. 또 다른 인기 메뉴는 직접 빚는 손만두. 야들야들한 피와 담백한 소가 잘 어우러진 만두다. 소격동 37번지는 가족이 함께 살던 2층 주택을 식당 건물로 사용한다. 주택 특유의 구조를 바꾸지 않아 칸칸이 문 없는 방으로 되어 있다. 시래기 비빔밥을 꼭꼭 씹어 먹으면서 창 너머 삼청동 일대의 주택가를 바라보노라면 다정한 친구 집에서 집밥으로 배 채우는 기분이 들 것이다. 02-722-5008




한성별식
언제부터인가 친구들은 ‘한성별식’이라는 글자가 정방형으로 적힌 종이 매트를 찍어 마치 맛집 힙스터의 상징인 양 올렸다. 나 또한 지지 않고 맛깔 나는 한식 술상 앞에서낮술 한잔하겠노라 찾아갔다. 한성별식은 내수동 광화문 앞뜰 빌딩 숲 사이에 자리 잡은 소담한 벽돌집에 있다. ‘부엌 1274’에서 도시락을 싸던 두 사람이 함께 오픈했다. 나무 테이블, 까만 의자, 하얀 벽. 한성별식의 생김새는 극도로 단출하다. 나무 테이블에 놓이는 건 고운 식기.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더니, 한성별식의 말간 유리 술잔에 따라 마시니 술이 입에 착 감긴다. 감자를 채 썰어 부친 감자전과 수육, 닭발볶음을 시켰다. 먹고 마시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입소문을 한참 탄 곳. 역시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다. 02-720-7801



춘삼월
‘춘삼월’은 2011년에 생겼다. 그러니 4년 차에 접어든 중견 식당이다. 건물 2층에 있는데도 처음엔 간판조차 달지 않았다. 급히 알려지고 싶지 않아서다. 홍대 일대를 거점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방송가에서 일하던 대표의 인맥을 중심으로 조금씩 입소문이 났다. 춘삼월의 대표는 홍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뼛속 깊이 홍대 사람인 이들이 먹을 만한 밥집을 만들고, ‘우리끼리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취지로 이곳을 열었다. 식당을 매체에 노출하는 것도 최소화한다. 연주회나 헨드릭스 진 파티가 열리기도 했으나 홍보나 마케팅의 일환은 아니었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었다. 정말 이곳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같은 모습, 같은 느낌의 공간을 선사하는 것이 대표의 가장 큰 바람이다. 02-323-2125




봉쥬르밥상
국밥 파는 식당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던, 다른 건 몰라도 사골 국밥 하나는 기막히게 끓여내던 어머니가 두 딸과 함께 손잡고 오픈했다. 오전 11시. 문을 열자마자 두 손님이 들었다. 필시 문 열기만을 기다렸다는 증거다. 아침이 시작되는 소리와 냄새, 온기가 밥집에 가득 찼다. 버섯봉밥탕을 시켰다. 국물이 맑고 심심했다. 식당에서 합성 조미료를 넣지 않은 사골 육수를 맛본 건 처음이었다. 이를테면 엄마가 여행 가시기 전 끓여둔 사골 국물의 두 번째 날 정도 맛이랄까. 비결은 재료다. 최상급인 1+ 한우의 사골을 꼬박 24시간 삶는다. 다음 날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사골 국물을 끓이고 있다. 뜨끈하고 심심한 국물로 한차례 뱃속을 휘젓고 나오니 추위가 저만큼 달아났다.
02-337-9850




무명식당
미국과 스페인에서 요리 공부를 하고 한식 전파에 힘쓰던 청년들이 부엌을 지킨다. 기본기 탄탄한 ‘요리 프로’가 애정을 담아 차리는 한식 밥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메뉴는 둘. 무명밥상과 별미밥상. 무명밥상에는 햅쌀, 찹쌀, 현미, 옥수수 등 열한 가지 잡곡이 든 밥에 매일 다른 찬과 국이 놓인다. 별미밥상에는 한우 연근밥, 닭고기 호박밥 등의 밥이 오른다. 맛을 본 사람들은 한 통씩 사는 통영굴젓, 속초낙지젓은 물론이고 파래장까지. 전국에서 싱싱한 재료를 골라 와 손으로 만든 반찬들은 하나 빠짐 없이 맛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는 한식 재료로 파에야를 만들어 별미 메뉴로 냈다. 느릿느릿, 기분 좋게 숟가락을 내려놓는데 잡곡밥 한 그릇을 비우고 일어나던 어떤 손님이 말했다. “밥이 반찬이네요.” 02-743-1733




K
어떤 가게는 동네에 스며들고, 어떤 가게는 동네를 바꾼다. 금호동 금남시장 옆에 들어선 ‘K’는 이제 막 동네에 스며든 곳이다. 식사 메뉴로 비빔밥을 선택했다. 오목하고 큰 그릇에 갖가지 야채가 수북이 담겨 나온다. “어머니가 이 자리에 식당을 하고 계셨어요. 제가 엄마를 설득해 식당을 다시 만들었죠.” 한남동 KIND의 류상엽 대표와 친구인 강민상 대표는 ‘엄마가 한식을 잘하니까’ 당연히 한식을 바탕으로 하되, 다만 일대에 없는 독특한 곳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K를 오픈했다. 그러나 밥 한 번 먹어보지 않은, 지나가는 사람으로부터 “굳이 이런 걸 왜 열었냐”는 따가운 말을 듣기도 했다. 요즘은 사람들이 즐겨 약속 장소로 잡는 곳이 되어 금호동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제 K가 이 동네를 바꿀 일만 남았다. 02-2291-2826






쌀가게 by 홍신애
요리 연구가 홍신애가 문을 연 이곳은 ‘쌀’이라는 한 글자의 입간판을 세워두었다. 강남에는 가족과 함께 내 집 식탁에서 한 그릇 비워내는 느낌의 가정식 한식집은 드물다. 강남에 있는 쌀가게 by 홍신애는 오아시스다. 그만큼 강남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열렬한 애정을 받는다. 매일 오전 11시 30분, 가게에 놓인 커다란 도정기로 찧어 쌀밥을 짓는다. 오분도미다. 날마다 첫 번째 밥을 먹는 사람부터 100번째 그릇을 비우는 사람에게 1부터 100까지 숫자가 쓰인 나무 도막을 나눠준다. 오분도미 밥을 하루에 100그릇만 판매하는 것이다. 현미처럼 소화가 쉽고, 백미처럼 맛있고, 영양소도 풍부하다. 밥만 먹어도 고소하고 달아서 계속 먹고 싶어진다. 매일의 메뉴는 페이스북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517-5999



Editor 이경진 Photographed 김재민,이용인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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