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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 REAL SEOUL

노르딕 레스토랑 ‘노마’, 아메리칸 레스토랑 ‘세컨드 키친’, 프렌치 레스토랑 ‘메종 드 라 카테고리’ 등을 거친 에릭 킴 셰프가 레스토랑 ‘서울 다이닝’을 새로이 오픈했다. 그의 포부는 진짜 서울을 음식에 담아내겠다는 것!
1 지난 10월 1일 웰콤시티 사옥 2층에 서울 지역 음식을 선보이는 레스토랑 ‘서울 다이닝’이 오픈했다.

L’officiel Hommes(이하 LH) 지금은 ‘메종 드 라 카테고리’에서 일하지 않는가?
Eric Kim(이하 EK) 지난해 6월부터 6개월 동안 일하다가 그만두었다. 주방에서의 피 튀기는 서열 다툼이라든가 아름다운 프랑스 여성과의 신접살이 같은 드라마틱한 스토리 때문은 아니다. 메종 드 라 카테고리와 내가 원하는 방향이 달라서 서로를 위해 결정한 것이다. 셰프가 된 후 강산이 변할 동안 제대로 쉰 적이 없어 1년 정도 멈추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LH 그렇다면 좀 쉬었는가?
EK 지방을 많이 돌아다녔다. 제주도에서 5일 동안 하루 열한 시간씩 걷기도 했다. 한-아세안센터가 주관한 고메 트렌드 강연을 위해 필리핀을 방문했다가 모처럼 여유롭게 쉬었다. 또 열흘 동안 페루에 다녀온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평소 가보고 싶었던 ‘센트럴’, ‘아스트리드 이 가스통’, ‘라 마르’에서 기대 이상의 다이닝을 경험했다. 마추픽추에서 내려다본 풍광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2, 4 ‘숯불에 구운 이베리코 돼지고기, 대파, 멸치페스토’는 돼지 목살과 등심 사이에 있는 특수 부위인 플루마를 양념간장에 마리네이드한 뒤 숯불에 구운 요리다. 에릭 킴 셰프가 마포갈비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

LH 1년 정도 쉬고 싶다면서 지난 10월 1일 장충동에 레스토랑 ‘서울 다이닝’을 열었다.
EK 나 자신도 올해 안에 레스토랑을 오픈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오너 셰프로서 말이다. 지난 6월, ‘세컨드 키친’ 헤드 셰프 시절 알게 된 브랜딩 전문 회사 클레이의 대표에게 연락을 받았다. 사실 우리 인연은 세컨드 키친을 오픈한 브랜딩 전문 회사 JOH에서 시작되었다. 클레이 대표가 당시 JOH의 브랜딩을 담당했다. 그는 박우덕 웰콤시티 대표가 웰콤시티 소유의 레스토랑을 오픈할 셰프를 찾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광고 회사이자 다양한 크리에이티브 컴퍼니들로 구성되었으며 신선하고 기발한 에너지로 가득한 웰콤시티에 어울리는 셰프를 찾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의 추천으로 박우덕 대표를 만나 몇 번의 미팅을 거친 뒤 웰콤시티에 입성하기로 마음먹었다.
3 에릭 킴 셰프가 가장 좋아하는 테이블에 앉아 있다.

LH 속전속결로 진행된 이유가 있는가?
EK 박우덕 대표의 화끈한 성격과 오픈 마인드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내게 웰콤시티와 어울리는 레스토랑을 만들어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본론으로 들어가서 그가 제일 먼저 건넨 말이 있다. “그동안 잘할 수 있는데도 못해왔던, 본인이 하고 싶은 요리를 해주세요.” 전혀 생각지 못한 인연 또한 웰콤시티로의 입주를 북돋았다. 웰콤시티 사옥은 건축가 승효상의 작품이다. 나는 예전부터 이 건축물은 물론, 역시 승효상이 완성한 경동교회의 건축적 미학에 감탄해왔다. 승효상의 아들이 결혼할 때 케이터링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지금 서울 다이닝이 위치한 곳은 내가 애정하는 레스토랑 ‘그안에 맛있는 이탈리안’이 있던 자리다. 이 모든 요소가 인연을 중요시하는 내게 기분 좋게 다가왔다.
5, 10 서울 다이닝의 오픈 멤버는 에릭 킴을 포함한 주방 스태프 네 명과 홀 스태프 두 명. 이들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오전 회의를 하고 11시 반에 레스토랑 문을 연다. 일요일과 월요일에는 레스토랑을 닫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다.

LH “그동안 잘할 수 있는데도 못해왔던, 하고 싶은 요리를 해주세요”에 대한 대답은?
EK 서울 지역 음식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LH 한식을 말하는 것인가?
EK 내가 ‘품’과 ‘콩두’ 등 모던 한식 레스토랑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인지 많은 사람이 그렇게 묻는다. 내가 하는 서울 지역 음식은 인터내셔널 푸드에 가깝다. 마포의 마포갈비, 연남동의 태국 음식과 중국 음식, 건대의 양꼬치, 신당동의 떡볶이, 장충동의 족발, 서래마을의 프렌치 요리 같은 거다. 물론 한식도 포함하지만 그보다는 현재 서울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말한다. 10년 뒤에는 그즈음 서울 사람이 즐겨 먹는 음식을 만들 것이다. 서울 지역 음식을 나만의 방식으로 트위스트해 서울 다이닝 테이블에 올리고 있다.
6 요리 아이디어 스케치를 통해 건대 양꼬치가 ‘서울 다이닝 양꼬치’로 태어났다.

LH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
EK 예를 들어, 메뉴판에 있는 ‘구운 양갈비와 땅콩퓌레, 쯔란’은 건대의 양꼬치를 모던하게 풀어낸 요리로 특유의 식재료 조합과 구성을 반영했다. 플레이팅 자체는 프렌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나올 법한 양갈비 같지만 맛은 양꼬치를 먹어본 사람에게 꽤나 익숙하다. 된장에 마리네이드해 구운 양갈비에 땅콩 퓌레, 쯔란 파우더를 곁들이고 가니시로 다양한 허브들을 올려 만든다. 새로움 속에서 익숙함을 보여주려고 한 메뉴인데, 새로워 보이지 않는가.
7 바나나 칩을 만드는 마르코 수셰프.

LH ‘숯불에 구운 이베리코 돼지고기, 대파, 멸치페스토’는 어떤 요리인가?
EK 마포 돼지갈비에 착안해 완성한 요리다. 마포 돼지갈비에 곁들여 나오는 대파나 양파를 파인 다이닝 스타일로 구워 플레이트에 올리고 쌈장 대신 안초비 페이스트를 낸다. 겨자쌈채를 대신해서는 역시 매콤한 맛이 나는 한련화를 올린다. 식재료의 맛 밸런스와 담음새에 많은 신경을 썼다.
8 서울 다이닝에서 많이 사용하는 식재료.

LH 레스토랑의 인테리어 콘셉트가 궁금하다.
EK 서울 다이닝의 주된 콘셉트는 ‘자연’이다. W호텔, 파크 하얏트 호텔, 현대백화점 판교점, 현대카드 사옥 등의 식물과 조경을 담당하며 자연 친화적인 인테리어로 잘 알려진 디자인알레에서 작업했다. 노르딕 느낌도 난다. 많은 사람이 서울이라고 하면 빌딩과 차를 떠올리지만 몇 달간 남산에서 조깅을 한 내겐 숲의 이미지가 먼저 다가온다. 못 믿겠다면 웰콤시티 주변을 살펴보라. 굳이 고개를 들지 않아도 산이 보이고 나무가 보이고 하늘이 보일 것이다. 서울 다이닝의 곳곳에는 자연과 서울이 모두 담겨 있다. 레스토랑 안팎에 다양한 허브를 기르면서 요리할 때 바로바로 따서 사용하기도 한다.
9 자연 친화적인 느낌의 서울 다이닝 내부.

LH 서울 다이닝이 문을 연 지 아직 한 달이 채 안 됐다. 어려움이 있나?
EK 이전에 헤드 셰프일 때는 요리와 스태프와의 소통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오너 셰프인 지금은 레스토랑에 관련된 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신경 써야 한다. 그럴 때마다 영국 레스토랑 ‘비아잔테’의 누노 멘데스 셰프를 떠올린다. 그는 여행을 통해 얻은 영감으로 다른 어떤 곳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매우 새로운 요리를 선보인다. 그렇게 탄생한 요리는 맛있으면서도 새로운 것은 물론 미식가에게 큰 기쁨을 준다. 서울 다이닝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그런 기쁨을 선물하기 위해 오늘도 요리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고 있다.

Editor LEE EUNG KYUNG Photographed KIM MOON SOO

2016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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