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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C FAKE FUR

사람과 동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위한 패셔너블한 대안, 인조 모피에 관하여.
여자의 모피 사랑이야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최
근 남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후드에 라쿤 털이 트
리밍된 다운 파카, 안감이나 칼라에 퍼를 사용한 코트나 
블루종은 별 거부감 없이 입는다. 2016년 가을/겨울 밀
라노, 파리 남성복 컬렉션에서는 디자이너들이 다양한 
디자인과 컬러의 모피 코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세계적
인 동향을 살펴보면 1990년대 모피 반대 운동으로 잠시 
주춤했던 모피 소비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국제모피
연합의 통계에 따르면 1990년 밍크 판매량이 4500만 마
리였는데 2015년에는 8400만 마리로 크게 증가했다. 중
국의 경제 성장으로 중국인의 모피 소비가 증가한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지만 여성복의 경우 런던, 뉴욕, 밀라
노, 파리 4대 도시의 2016년 가을/겨울 컬렉션에 모피를 
사용한 의상과 액세서리를 선보인 브랜드가 70% 정도
라고 하니 일반적인 추세로 봐도 무방할 듯하다.

그럼에도 모피는 공장식 동물 사육과 비도덕적인 모피 
채취 방식 때문에 여전히 논란이 크다. 국제동물보호단
체(PETA)는 모피를 채취당하는 동물의 85%가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된다고 밝혔다. 단독으로 생활하는 습성
이 있는 밍크, 여우 등 야생동물을 축산 농장 같은 환경
에서 키운다는 것이다. 또한 스위스 동물보호기구의 조
사에 의하면 모피를 얻기 위해 동물을 잔인하고 고통스
럽게 도살하는 방식이 흔히 사용된다고 한다. 죽은 동물
은 사후 경직 때문에 털가죽을 벗기기 힘드니 동물이 살
아 있는 상태에서 벗기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 공개되
어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최근 동물보호법이 없는 중국
에 모피 농장이 많이 생겨 비인도적인 사육과 도살로 다
량의 모피가 생산되면서 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
고 있다.
다양한 컬러와 패턴이 구현된 인조 모피 원단을 살펴보는 디자이너 이정기, 김수진.


인조 모피 생산 기술의 놀라운 혁신
2000년 영국은 세계 최초로 모피용 동물의 농장 사육을 금지했고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스페인 등도 모피 채취를 위한 동물 사육 금지법을 제정했다. 네덜란드에서는 2009년 모피용 여우 사육 금지, 2024년까지 밍크 사육을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법이 통과됐다. 패션계에서도 비도덕적 모피 생산 방식에 반대하는 의미로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모피는 물론 가죽도 사용하지 않는 스텔라 맥카트니를 필두로 조르지오 아르마니, 캘빈 클라인, 타미 힐피거, 랄프 로렌 같은 디자이너들이 모피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최고의 럭셔리를 표방하는 샤넬, 보테가 베네타, 프라다, 미우미우 같은 하이엔드 럭셔리 레이블도 컬렉션에서 꾸준히 인조 모피 의상을 선보인다(샤넬의 칼 라거펠트는 2010년 가을/ 겨울 시즌에 지구 환경 보호에 관한 메시지를 담아 코트와 재킷, 스커트, 부츠, 2.55백에까지 ‘판타지 퍼’라는 이름의 인조 모피를 사용한 컬렉션을 발표했다). 

자라, 아메리칸 어패럴, H&M, 톱숍과 같은 패션 브랜드와 영국 셀프리지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네타포르테 등도 모피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내세운다. 이와 같은 흐름은 인조 모피 소비량이 증가하고 인조 모피의 품질과 디자인이 향상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진짜 모피에 못지않은 보온성과 촉감은 물론 다양한 컬러와 패턴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이어졌다. 게다가 인조 모피는 가격이 진짜 모피의 10~20%에 불과하다. 재료가 아크릴과 폴리에스테르이므로 저렴한 가격은 물론 관리가 쉽다는 장점도 있다. 국제동물보호단체는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모피는 극단적인 형태의 잔혹함을 의미한다. 아무도 추위를 막기 위해 모피를 입지는 않는다. 단순히 신분의 상징이며 결국 자신의 부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허영심과 과시를 위해 모피를 입는 것이 아니라면 인조 모피 선택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리얼 퍼 못지않은 고급스러운 텍스처의 인조 모피 원단들.

세계적으로 동물 애호가가 늘어나고 모피 반대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인조 모피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다. 현재 인조 모피의 세계 시장 규모는 6만~8만 톤으로 추산된다. 최근 인조 모피의 치명적 결점인 털 빠짐을 개선한 러스트러스 퍼와 같이 품질을 높이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국내 최대 인조 모피 제조업체 경원의 김유석 대표가 기존 인조 모피에 비해 
털빠짐 현상을 대폭 개선한 '러스트러스 퍼'를 소개하고 있다.


MINI INTERVIEW
국내 최대 인조 모피 제조업체, ‘경원’의 김유석 대표는 인조 모피 전문가다. 그가 인조 모피에 관해 깊이 있는 정보를 들려주었다.

L’officiel Hommes(이하 LH) 인조 모피 생산에 관심을 갖고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
김유석 2001년 스물 여덟 살 때 1988년 설립된 인조 모피 원단 제조업체 경원을 인수했다. 수지 접착제 업체인 중원합성을 경영하는 부친이 권유했다. 또한 머지않은 미래에 모피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인조 모피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LH 컬러와 패턴은 물론 길이와 텍스처까지 정말 다양한 인조 모피 샘플을 보고 놀랐다. 리얼 모피보다 다양한 인조 모피는 어떻게 개발하는가?
김유석 1년간 약 20만 건의 샘플을 개발하는데 그중 1%인 2000여 건을 실제로 생산한다. 그 정도로 다양한 패턴을 개발한다. 원단 종류에 따라 가격 폭도 넓다. 소비자, 바이어,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인조 모피 원단을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5000평 규모의 생산 공장에서 한 달에 약 25만 야드의 원단을 생산한다. 이 공장은 카딩부터 제직, 가공, 백 코팅까지 모든 작업 공정이 자동 전산화되어 있다. 또한 국내 최장인 길이 125m의 라인 설비를 갖춰 원스톱 생산이 가능하다.

LH 인조 모피의 촉감이 매우 부드럽고 광택도 고급스럽다. 어떻게 터치감을 그토록 향상시켰나?
김유석 일본의 가네카(Kaneka) 회사에서 독점적으로 공급받는 우수한 원료 덕분에 품질 경쟁력을 높일 수 있었다. 중원합성에서도 수지를 독점 공급받아 인조 모피의촉감과 발모 품질을 크게 개선했다.

LH 인조 모피의 가장 큰 결점이었던 털 빠짐을 대폭 개선한 ‘러스트러스 퍼((Lustrous Fur)’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김유석 러스트러스 퍼는 일본 가네카가 원면부터 가공 기술까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 가공 기술은 하이파일 뒷면을 특수 가공해 섬유의 집합 밀도를 높이고 바탕 실과 파일계의 밀착도를 높인 새로운 방식이다. 기존 인조 모피에 비해 러스트러스 퍼의 털 빠짐은 10분의 1 이하 수준이다. 의상에 사용하면 확연히 털이 덜 빠져 다른 옷에 털이 묻을 염려가 적고, 홈 텍스타일 제품이나 봉제 인형에 사용하는 경우 먼지가 적어 쾌적함과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다. 봉제나 재단 작업장에서도 털 빠짐이 적으니 작업 환경이 개선된다.
다양한 컬러와 패턴이 구현된 인조 모피 원단을 살펴보는 디자이너 송지오.


LH 리얼 퍼와 흡사한 다양한 컬러와 텍스처의 인조 모피를 선보이고 있다. 그런 컬러와 텍스처는 어떻게 구현하는가?
김유석 인조 모피는 리얼 퍼에 비해 염색과 텍스처 표현이 용이해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우리는 쉘파, 본드, 밍크, 베버, 트림 등 다양한 인조 모피를 제조하며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원하는 종류나 텍스처, 패턴과 컬러를 계속 개발 중이다. 그 결과 바나나 리퍼블릭, 자라, 메이시, 갭, 제이크루, H&M 등에 다양한 인조 모피 원단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해외 전시회에 참여해 브랜드를 알리고 바이어들과 교류해 신뢰를 쌓은 결과 전체 생산량의 70%를 미주, 유럽 등 해외로 수출하고 나머지 30%를 국내에 공급한다.

LH 인조 모피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김유석 세계적으로 동물 애호가가 늘어나고 모피 반대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인조 모피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다. 현재 인조 모피의 세계 시장 규모는 6만~8만 톤으로 추산된다. 최근 인조 모피의 치명적 결점인 털 빠짐을 개선한 러스트러스 퍼와 같이 품질을 높이는 기술이 개발되었다. 이와 함께 윤리적 소비 행위로서 인조 모피 의상을 입는 등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인조 모피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볼 수 있다.

Editor LEE EUNG KYUNG Photographed KIM MOON SOO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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