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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REASONABLE REASON

레스토랑 ‘가간’의 오너 셰프 가간 아난드는 자신만의 요리 철학을 오롯이 지켜간다. 가간이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3년 연속으로 1위를 거머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간의 1층 실내 / 가간의 가간 아난드 셰프

L’officiel Hommes(이하 LH) 당신은 가간의 요리에 대해 ‘진보적인 인도 요리’라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요리인가?
Gaggan Anand(이하 GA) 인도 요리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많은 사람은 치킨 티카 마살라 같은 카레 종류를 연상한다. 인도 요리는 정말 다양한데도 말이다. 인도의 28개 주마다 각각 100여 가지의 오리지널 레시피가 있다. 나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인도 요리를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그런데 정통 인도 요리를 그대로 소개하는 것은 재미없지 않은가. 2010년 오픈한 ‘가간’은 마치 분자 요리처럼 기존 인도 요리에 존재하지 않는 요리법과 나만의 상상력을 결합해 재해석한 인도 요리(정확히 말하면 인도의 정신이 들어간 유일무이한 요리)를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간의 요리를 맛본 사람들은 내가 독특하고 진보적이라고 말한다.

LH 가간의 메뉴판이 궁금해진다.
GA 가간을 방문하면 스태프가 이모지로 가득한 종이부터 준다. 그 종이가 가간의 메뉴판인 셈이다. 종이에 그려진 스물다섯 개의 이모지는 스물다섯 가지 요리를 설명한다. 스물다섯 가지 코스 요리를 모두 먹은 손님에게는 각각의 이모지 옆에 요리에 대한 설명이 적힌 종이를 준다. 두 번째 종이를 받고 나서야 본인이 먹은 요리가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요리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동시에 재미도 선사하고 음식의 맛으로 승부를 보고 싶은 마음에 이모지 메뉴판을 만들었다.

LH 시그너처 요리는 무엇인가?
GA 가간은 스물다섯 가지 요리로 구성된 코스 요리 하나만 낸다. 코스 요리에서 시그너처 요리를 꼽기란 어렵다.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모두 소중하다. 모든 요리가 합쳐질 때만 근사한 여행이 된다. 내가 설계한 색다른 인도 여행이랄까. 레스토랑 ‘엘 불리’처럼 세련된 플레이팅일지라도, 인도 요리에 쓰이지 않는 식재료가 들어 있을지라도 가간에서 내는 요리의 뿌리는 항상 인도다. 인도의 지역색과 토속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가간의 요리는 인도에서 나는 식재료와 분자 요리법이 
만나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세심한 플레이팅 또한 특징이다.

LH 당신의 요리에서 엘 불리가 느껴진다.
GA 정확한 지적이다. 이전에 나는 인도에서 요리를 하고 요리 컨설팅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방콕에서 일하자는 제안에 선뜻 방콕으로 이사를 한 후 레스토랑 ‘레드’에서 일했다. 레드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어느 순간 나만의 요리를 하고 싶었다. 현재 가간의 공동 대표이자 친구인 라제시(Rajesh)와 함께 레스토랑을 시작해보자고 했다. 우리는 가간을 오픈하기 전 6개월 동안 휴식기를 가지기로 했다. 그동안 무엇을 할지 고민하던 중 레드 시절 한 손님이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은 스페인의 엘 불리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결국 엘 불리에 연락을 취했고 운이 좋게도 엘 불리 랩에서 요리를 연구하고 만들 수 있었다.

LH 엘 불리에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가?
GA 혁신성, 그리고 그 혁신성에 관한 공감을 얻어내는 방법을 배웠다. 엘 불리는 2000년대 초 충격적이라 할 분자 요리로 미식가와 전 세계 셰프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특히 엘 불리의 올리브 젤리(올리브에 액화질소를 넣어 만든 젤리)를 좋아한다. 그는 스페인의 대표적인 식재료인 올리브를 변화시켰다. 대단한 도전을 감행한 것이다. 방콕으로 돌아와 요구르트 젤리를 만들어봤다. 스페인에 올리브가 있다면 인도에는 요구르트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인도 요리를 존중하는 동시에 파괴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요구르트 젤리는 그런 나의 요리 철학을 잘 보여준다.

LH 당신의 요리는 혁신적이면서도 재미있다.
GA ‘너트 백(Nut Bag)’은 투명한 봉지에 그린 너트 등을 담아 내는 요리다. 손님들은 대부분 봉지를 뜯어서 안의 것을 먹지만 사실 봉지 자체도 먹을 수 있다. 입안에 봉지째 요리를 넣으면 맛이 터져 나온다. 샤리 부분을 머랭으로 만든 초밥, 또는 염소의 뇌를 갈아 푸아그라의 맛이 나는 마카롱을 만들기도 한다.


가간에서 내는 25가지 코스 요리의 시작은 요구르트 젤리다.

LH 당신의 성격도 요리처럼 재밌는가?
GA 물론이다! 내 요리는 나 자체다. 가간을 방문해보라. 나는 주방에서 조용히 요리만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손님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지난 3월에는 2층의 랩 옆에 손님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한 번에 손님 열 명까지 앉을 수 있는 또 다른 레스토랑이다. 손님들은 ‘ㄷ’자형 바(bar)에 둘러앉고 나를 포함한 셰프들은 바 안쪽에서 요리를 하고 요리를 이야기한다.

LH 요리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GA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서 얻는다. 가간의 스태프는 총 67명에 이르고 출신 국가만 해도 17개국이다. 이들과 대화하고 요리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요리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또한 음악은 내게 휴식과 영감을 주는 소중한 존재다. 휴대폰에는 핑크 플로이드 등 수많은 록 스타의 곡이 담겨 있다. 셰프가 되지 않았다면 드러머가 됐을지도 모르다.

LH 마지막으로, 올해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서 3년 연속으로 1위를 거머쥔 당신에게 묻겠다. 지금처럼 가간을 운영하며 1위를 유지하는 쪽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도전을 할 것인가?
GA 나는 제로에서 시작했다. 1위를 차지해 정말 감사하지만 순위가 내려가도 두려울 것은 없다. 나를 정의하는 말이 ‘1위’보다는 ‘진보와 혁신’이었으면 한다. 사실 나는 일본 규슈의 시골 마을에서 농장이 딸린 레스토랑을 일주일에 3일만 운영할 계획을 하고 있다. 일본 식재료를 깊이 연구해보고 싶다. 또한 언젠가 인도에 돌아가서 인도 요리 세계에 도전장을 제시할 레스토랑도 열고 싶다. 2020년 가간의 문을 닫은 후 실행할 일들이다.

Editor LEE EUNG KYUNG Photographed GAGGAN

201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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