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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EDITION

ART BODY FASHION

미술, 패션, 음악, 무대 예술을 아우르는 21세기형 오페라는 어떤 모습일까?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의 주인공, 안네 임호프가 이 질문에 답한다.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독일관의 작가 안네 임호프(Anne Imhof)의 작품을 어떻게 분석할 수 있을까? 1978년 독일 기센에서 태어난 그녀는 2012년 프랑크푸르트의 예술 학교 슈테델슐레(Stadelschule)를 졸업하면서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 <소매치기(Pickpocket)>(1959)에서 영감을 받은 <스쿨 오브 세븐 벨스(School of Seven Bells)>(2012~2013)로 졸업 작품상을 받은 것. 자신의 노래와 차분한 합창으로 시작해 열네 명의 퍼포머가 소매치기처럼 회색 막대를 서로 교환하거나 코트를 바꿔 입고 원을 그리며 걷는 행위를 40여 분간 반복하는 작업이다. 그녀는 2013년 모교의 미술관인 포르티쿠스(Portikus)에서 첫 개인전 ‘퍼레이드(Parade)’를 개최하며 졸업 작품과 함께 <아쿠아 레오(Aqua Leo)>(2013), <에혜이(Аhjeii)>(2011~2013)를 동시에 선보였고 이후 뉴욕, 파리, 뮌헨 등에서 <레이지(Rage)>(2014~2015), <딜(Deal)>(2015) 등을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갔다.


PLAYING THE BODY
안네 임호프는 같은 작품을 반복해 공연하고 이를 장소와 시간에 따라 적절하게 변형하면서 자신만의 어휘를 하나 둘 완성해갔다. 그녀는 격렬한 스포츠나 섹슈얼한 행위를 암시하는, 몸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소도구(면도기, 가죽매트리스, 샌드백, 야구 방망이, 타투 기계 등), 작품 속 또 다른 퍼포머이자 캐릭터로 등장하는 살아 있는 동물(매, 당나귀, 토끼 등), 전시장 곳곳에 뿌려지거나 퍼포머가 공연 도중 먹는 음식물(물, 콜라, 우유, 위스키 등) 등의 상징적 요소를 숨겨진 성적 뉘앙스와 제의적 분위기를 강조하는 용도로 작품에 활용했다. <앙스트(Angst)> 연작은 낙서처럼 끼적인 표현주의적 회화와 드로잉에서 출발해 사운드, 설치, 조각, 퍼포먼스를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작가만의 방법론이 만개한 작업이다. 2016년 안네 임호프는 ‘오페라’를 표방하며 3부작으로 구성한 이 작품을 각각 카셀, 베를린, 몬트리올에서 열린 주요 행사와 미술 기관에서 잇따라 공연하며 유럽 미술계의 새로운 스타로 급부상했다. 마치 미니 회고전처럼 이전 작업의 모든 요소를 망라한 이 야심 찬연작의 특징은 거대한 공간 속에서 장시간 동시다발적으로 퍼포먼스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작품을 보기 위해 전시장을 찾은 수많은 관객은 신화 속 미로를 헤매듯, 퍼포머의 알쏭달쏭한 움직임과 별도의 가이드 없이 갑작스럽게 사방으로 이동하는 그들의 뒤를 쫓아가며 작품을 ‘체험’한다. 정해진 시퀀스는 있지만 리허설 없이 진행되는 퍼포먼스인지라 작가 또한 퍼포머와 관객의 반응을 주시하며 전시장에 특정 동작과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도록 스마트 폰으로 단체창에 문자를 보낸다. 예를 들어, ‘이제 가운뎃 손가락을 치켜세워요’, ‘좀 빠르게 움직여봐요’, ‘음악을 좀 크게 틀어볼까요’, ‘헤드뱅잉 시작하세요’, ‘드론 쪽으로 걸어가요’, ‘방금 아주 좋았어요’ 등. 채팅방의 모든 퍼포머는 작가의 지시와 상황 체크에 재빠르게 응답한다. 이를테면 ‘누가 전시장 중앙에 면도 크림으로 WTF라고 써놓은 걸 내가 지웠어요’, ‘우리 모두 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미안해요! 문자를 이제 봤네요’, ‘오노 요코가 여기 있네요’, ‘드론을 움직일 타이밍인가요?’, ‘여러분, 음악을 틀거나 춤을 출 때 메시지를 읽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알아야 해요’ 등.

Editor KIM JAE SEOK Photographed JACOPO SALVI, NADINE FRACZKOWSKI

2017년 YK 가을/겨울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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