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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MORE THAN TWO SEASONS

소비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패션 업계의 ‘多시즌 전략’.


패션계의 패러다임이 변하기 시작한 시발점은 SPA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진 즈음인 듯하다. SPA 브랜드들은 ‘패스트 패션’이라는 명목하에 1년을 최대 52개의 시즌으로 나누어 일주일 단위로 신상품을 쏟아내며 옷에 목마른 이들의 갈증을 채워주고 주머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소비자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그에 반해 환경 파괴, 노동 착취, 쓰고 버리는 소비 패턴을 조장한다는 비판 등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일부 SPA 브랜드는 기부, 재활용 등의 홍보 캠페인을 펼치기도 한다. 사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만 해도 패션계에서 시즌이란 봄/여름, 가을/겨울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년에 두 번 파리와 밀라노, 뉴욕 등지에서 열리는 봄/여름, 가을/겨울 컬렉션은 수많은 프레스와 바이어로 넘쳐났고 파리 오트 쿠튀르의 명성 또한 하늘 높은 줄 몰랐다. 하지만 최근 이 거대한 컬렉션 기간 동안 다른 매체의 에디터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하나같이 푸념을 늘어놓는다. 예전과 달리 컬렉션에 참가하거나 구경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분위기가 썰렁하고 쇼 또한 화려하지 않다는 것. 어디를 가나 패션이 넘쳐나는 요즘 세상이니, 정규 시즌에 열리는 컬렉션에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걸까. 이제는 럭셔리 브랜드들도 리조트 컬렉션을 비롯해 프리 스프링, 프리 폴 등 간절기를 위한 컬렉션 등을 조금 더 빠르게 소개하며 더 많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 밖에도 시시때때로 선보이는 캡슐 컬렉션뿐 아니라 브랜드명 다음에 ‘×’를 집어넣고 자신들과 협업한 셀러브리티 혹은 아티스트명을 쓰는 방정식의 컬렉션들까지JIN다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컬렉션이 쏟아져 나온다. 그동안 굳건했던 하우스 브랜드들 역시 SPA 브랜드의 질주를 보며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으로 다(多)시즌 전략을 펼치며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패션 업계의 이러한 돌파구 전략은 소비자의 지갑을 송두리째 비워버릴 과소비를 조장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똑똑한 소비자가 더 많이 생기도록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위의 많은 남자들이 이너웨어로 입는 티셔츠 등은 SPA 브랜드에서 그때그때 구입하고 베이식한 코트나 액세서리 등은 질 좋은 명품으로 구매한다. 이제 개개인마다 소비 성향은 다르고 패션 업계의 마이크로 시즌 전략 또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수십 개로 나뉜 시즌을 반길 수도, 반감을 가질 수도 있지만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에디터 역시 쏟아지는 신상품은 일견 환영한다. 그렇다고 해도 패스트 패션이 초래한 소비 경향에 휩쓸려 거대 패션 하우스들이 오트 쿠튀르와 매년 두 번 열리는 컬렉션 쇼마저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패션을 하나의 예술로 끌어올린 쿠튀리에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쇼를 대신해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컬렉션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 혀 위에 씁쓸한 한약재를 올려놓고 있는 기분이다. 봄/여름, 가을/겨울 두 시즌에 걸쳐 열리는 메이저 패션쇼는 의식주의 기본 요소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보는 이들을 즐거움과 환상에 젖게 하는 하나의 ‘마술쇼’ 같은 존재다. 시즌이 몇백 개로 늘어나도 메인 시즌은 영원히 단 두 개일 것이며 쇼는 계속된다.

Editor ROH HYUN JIN Photographed TOPIC IMAGES

201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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