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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HIPSTER VS. HOMELESS

‘꽃거지’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홈리스에 대한 인식이 환기될 때가 있었다. 최근 본격적으로 그들의 스타일을 탐미하는 디자이너들은 힙스터와 홈리스의 구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당신은 힙스터와 홈리스를 구분할 수 있는가? “그렇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면 아쉽지만 트렌드에는 조금 뒤처진 남자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에는 누가 힙스터이고 홈리스인지 분별하기 힘들 정도의 패션이 가장 ‘힙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우선 힙스터와 홈리스의 정의를 다시 한 번 살펴보자. 누군가에게는 매일 기름진 음식을 먹는 것처럼 느끼한 단어가 되어버린 힙스터는 사실 예술과 음악을 비롯한 문화 전반에서 지적 우월감을 지니고 있으며 반사회적인 성향을 옷으로 표현하기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들은 스스로를 트렌디하게 치장하기보다 오히려 극도로 꾸미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놈코어 룩을 선호한다. 한편 홈리스는 집 없이 곳곳을 부랑하며 생활하는 노숙자를 말한다. 사실 패션에 일가견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에 힙스터를 자처하는 남자들이 홈리스와의 경계가 불분명한 패션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힙스터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스타 샤이아 라보프를 보라. <트랜스포머>의 주인공인 그는 사건·사고를 몰고 다니는 문제아로 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크게 이슈가 됐던 ‘두 잇(Do It)’ 영상은 그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남자임을 보여준다. 꿈을 포기하지 말고 “두 잇”을 외치며 계속하라고 응원하는 그의 영상은 여러 버전으로 패러디되며 화제를 모았다. 그런 그가 파파라치 사진에서는 유독 홈리스 같은 차림새다. 하지만 자세하게 뜯어보면 재미있는 스타일링 요소를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힙스터임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그의 스타일을 ‘8시 첫 수업에 늦은 대학생’ 같다고 한다. 그의 스타일을 설명하기에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무심코 어깨에 멘 백팩, 대충 걸쳐 입은 것 같은 셔츠, 정돈되지 않은 헤어스타일까지. 그의 이런 행색과 관련해 트렌드를 지양하는 의도된 놈코어 스타일링인지, 아니면 정말 무심한 남자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얼마 후 샤이아 라보프는 라디오에 출연해 그러한 모습이 철저하게 계산된 스타일링이라고 직접 밝혔다.
디자이너 팜 앤젤스는 낯선 조합으로 힙스터의 룩을 선보였다.


사실 트렌디하게 스타일링하는 것보다는 언뜻 무심해 보이면서 완벽하게 세팅된 스타일링이 더욱 어렵다. 그런 면에서 그의 치밀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명치까지 끌어올린 데님 팬츠, 로고가 적힌 베이스볼 캡, 오버사이즈 스웨트 셔츠 등 그는 최근 핫한 브랜드에서 내놓는 모든 아이템을 절묘하게 조합했다. 샤이아 라보프의 스타일은 고샤 루브친스키, 베트멍, 이지스 등 힙하다고 평가받는 다양한 브랜드를 하나로 합친 결과물과도 같다. 1990년대를 낭만적으로 해석하는 요즘 패션 신에 부합하는 룩이다. LIAM HODGES


런웨이에서도 힙스터와 홈리스의 분별은 더욱 어려워졌다. 크레이그 그린은 러그를 이어 붙인 옷을 선보였고 크리스토퍼 섀넌은 디스트로이드 진에 찢어진 국기를 스타일링 요소로 활용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는 듯한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런던의 슈퍼 루키로 떠오른 디자이너 리암 호지스는 며칠 동안 집에서 게임만 하다가 툭 튀어나온 꾀죄죄한 남자를 런웨이에 등장시켰고 팜 앤젤스는 지저분하게 오염된 운동화, 후드 위로 쓴 선글라스, 아우터 칼라에 얼굴을 깊게 파묻은 모델들로 사회 부적응자 같으면서도 자유분방한 남자를 그렸다. 이 흐름에 방점을 찍은 요지 야마모토는 솔로몬도 판단이 흐려질 정도의 홈리스 룩으로 가득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부스스하고 떡진 머리에 추위를 이기지 못해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외투 차림의 모델들이 런웨이를 메웠다. 극한까지 밀어붙인 놈코어 스타일이라 할 수 있는 너드 룩은 힙스터와 홈리스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트렌드를 좇지 않는 것이 가장 트렌디한 존재가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패션계에서 샤이아 라보프는 이렇게 외치고 싶을 것이다. “두 잇! 저스트 두 잇!” 본인만의 계산법으로 스타일링한 옷을 입고 남들의 시선은 무시해보자. 힙스터인지 홈리스인지 구분하는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만족하면 그만이다. LIAM HODGES

Editor KIM WON Photographed LEE JI HOON

201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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